AI 기능이라고 하면 주로 음성 명령에 반응하는 AI 비서를 떠올리게 되던 시대의 끝을 알린 것이다. AI 음성 비서 서비스는 지난 2011년 애플이 ‘시리’를 내놓으면서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 기업으로 속속 퍼져 나갔다. 이통3사와 포털기업인 네이버·카카오 등이 스마트 스피커(AI스피커) 시장에 가세하면서 2~3년 새 시장을 달궜다. AI 기술은 서서히 스마트폰, 스피커, 냉장고는 물론 IPTV 리모콘에까지 스며들었다. 단순한 응답이나 단순 반응 수준에 머무르는 듯 했던 AI의 기능은 한단계 더 진화했다. 사용자들의 이용 이력에 기반해 취향을 알아낸 후 선택적으로 프로그램을 저격(추천)해 주기 시작했다. ‘AI기반 추천 기능’이 그것이다. 이제 이 기능은 정보의 폭증과 그에따른 엄청난 선택지 가운데에서 고민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친구로 거듭나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통3사와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IPTV,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뉴스 서비스, 음악서비스가 그 대표적 사례로 떠올랐다. 이제 이 업체들의 AI기반 취향저격 서비스는 이용자들의 요청이 없어도, 혹은 이용자의 요청에 맞춰 가장 적합한 정보와 개별 취향에 맞는 콘텐츠·서비스 제공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 기업들은 한발 더 나아가 타 산업 분야와의 결합을 통한 AI 서비스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 유튜브·넷플릭스서 시청한 영상 70%는 AI가 추천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AI기반 추천 서비스 적용 분야로 미디어 산업이 꼽힌다. 국내외 영상·음원 플랫폼들은 이미 AI 추천 기능을 고객 확보를 위한 필수 서비스로 당연시 할 정도다. 앞서 소개한 유튜브는 모기업 구글의 강력한 AI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의 시청 이력에 기반한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용자가 이전에 시청했던 영상의 장르 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성격, 속성, 배경 등을 세분화해 고객이 좋아할 만한 유사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 효과는 앱 이용시간과 직결되고 있다. 당시 모한 CPO는 “유튜브앱에 접속한 이용자들의 평균 영상 시청 시간은 60분”이라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 기업으로 급부상한 넷플릭스 역시 핵심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콘텐츠 추천 서비스를 꼽는다. 넷플릭스 시청 영화 75%는 AI 머신러닝이 추천해준 콘텐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용자 취향을 고려한 맞춤 추천 기능은 국내 기업들도 일제히 도입하고 있다. 지난 9월 출범한 SKT와 지상파 방송3사의 웨이브 역시 SKT의 AI 딥러닝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시청자 취향을 학습하고,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AI 기업으로의 성장을 선포한 KT는 지난달 28일 OTT ‘시즌(Seezn)’을 발표하고, 더욱 정교해진 AI 추천 기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시즌에는 OTT 플랫폼 최초로 이용자의 표정을 인식해 얻은 감정 데이터가 적용되는 콘텐츠 추천 기능이 탑재됐다. 아울러 이용자의 시청 이력에 날씨, 시간, 요일 등을 총망라한 ‘(超)개인화’추천 콘텐츠도 제공된다. 앞서 KT는 IPTV 서비스 올레tv에도 셋톱 1개당 총 4개 계정마다 각기 다른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AI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였다.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은 “올레tv는 AI 역량을 바탕으로 개인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개인 맞춤 광고와 커머스 서비스 역시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밝혔다.
AI 추천기능은 이미 음원 플랫폼에도 적용되고 있다. SKT가 운영하는 플로나 네이버의 바이브는 AI의 이용자의 취향이나 청취 이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재생목록을 제공해 음원플랫폼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이에 그간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카카오의 멜론이나 KT의 지니, NHN 벅스 등 모든 음원 플랫폼들은 올해 들어 이용자의 취향과 그간 청취 데이터를 반영해 제공하는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연이어 내놓으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 네이버·카카오 쇼핑·교통·뉴스 플랫폼에도 AI 추천 '특화'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나, 뉴스 기사를 읽을 때, 정보를 검색할 때 등등 사람들이 무심코 하는 인터넷 활동들 곳곳에도 AI 기능들이 숨어 있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은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모든 분야의 콘텐츠, 상품을 보여주는 데 AI 기능을 활용한다.
네이버는 자사의 지난 3분기 비즈니스 플랫폼 사업이 이런 AI 기능 도입으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네이버 쇼핑 플랫폼 등 전자상거래 영역에서의 광고 품질 개선과 상품 추천 기능 고도화를 위해 도입된 'AI 템즈’ 덕분에 해당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3% 껑충 뛴 것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쇼핑 플랫폼에 적용된 AI 템즈는 이용자 성별과 연령, 구매주기를 파악해 상품을 추천하는 등 이용자 쇼핑을 전반으로 지원한다”고 설명하면서 “출시 2년 만에 AI템즈 이용률은 80% 확대됐고, 전년 동기 대비해서는 2배 이상 성장했다. 쇼핑 거래액 역시 10%를 넘어섰다”고 일상 속에 스민 AI서비스 기능이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방증했다.
카카오는 모빌리티 영역에서 AI 효과를 보고 있다. 카카오는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T의 일반 이용자, 택시기사, 대리기사 이용자 정보로 구축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1분 단위의 빠르고 정확한 길안내’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머신러닝을 통해 정확한 예상 시간을 알려주고 미래 특정 시점의 교통 정보를 알려주는 등 길찾기에 더욱 특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포털에서의 뉴스 콘텐츠에도 AI가 적용돼 있다. 카카오는 2015년 6월부터 ‘루빅스’라는 AI 뉴스 추천 기술을, 네이버는 2017년 2월 뉴스 추천 기술 ‘에어스’를 도입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악성댓글을 방지하는 수단으로도 AI 기술은 활용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모든 뉴스 기사에 욕설이 들어간 악성댓글을 자동 감지해 숨겨주는 AI 클린봇 기능을 적용했다.
■ ICT 넘어 전방위 산업으로…AI 생태계 확장
이제 AI 기술은 기존 ICT 영역을 넘어 모빌리티, 금융, 유통, 무역, 제조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추세다. AI 플랫폼 기업들이 기술 문호를 열고 서드파티 영입을 활발하게 전개하는 이유다.
지난 10월 네이버는 클로바 AI 기술을 외부에 개방해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네이버는 협력을 약속한 일부 기업들과만 AI 기술 공유를 진행해 왔는데, 올해부터 기술 공유의 범위를 더욱 넓힌 것이다.
SKT도 AI 생태계 확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T는 지난 10월 개최한 누구 컨퍼런스에서 AI 플랫폼 '누구'를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SDK를 공개하고, AI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카카오 역시 다방면의 기업들과 활발한 제휴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 포스코건설, GS건설, 롯데정보통신, 삼성전자, CJ헬로 등 다양한 분야와 이미 AI 제휴를 맺은 상황이다. 김병학 카카오 AI랩 총괄부사장은 8월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자사 AI 플랫폼인 ‘카카오아이’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파트너사와 제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