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화폐 최적의 마이닝(채굴) 장소로 인기를 끌었던 아이슬란드가 또 다른 미래 산업혁명의 중심이 되기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 구축되어 있던 마이닝 시스템의 계산 능력을 활용하면 다양한 산업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정도의 짧은 기간 내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열풍으로 만들어진 마이닝 시스템은 고가의 최고 성능 그래픽카드에 대한 매진 사태를 빚을 정도로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비트코인(Bitcoin)을 비롯한 가상통화는 투자가 아니라 마이닝에서 수익을 창출하려고 생각한다면 수만대의 고성능 컴퓨터를 보유하고 조직적으로 마이닝을 수행해야 한다. 즉 장비와 전력만 뒷받침된다면 수익은 자연스럽게 창출되는 시스템이다.
그로 인해 초창기 마이닝 창업자들은 저렴한 전력과 별도의 냉각 시스템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들은 최적의 장소로 아이슬란드를 선택했다. 아이슬란드는 저렴한 비용으로 전력을 얻을 수 있는 데다가 냉각 시스템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마이닝 시스템의 설치 대상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그러나 가상화폐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과 규제, 그리고 마이닝 업자들이 급증하면서 수익률은 점점 악화돼 어느새 거의 제로(0) 상태에 이르렀다. 결국 최근 급속도로 마이닝 열풍이 가라앉으면서 과도한 수의 아이슬란드 컴퓨터 인프라 장비는 할 일을 잃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남아도는 골칫거리 컴퓨터에 대한 활용도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엄청난 계산 능력을 가진 장비를 다른 산업에 접목시키려는 연구가 활성화됐다. 그리고 마이닝 장비는 아이슬란드에게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고 있다.
그동안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아이슬란드 내에 전력 공급 부족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던 아이슬란드의 에너지 회사 'HS Orka'의 대변인 조안 스뇨리 시규어베르그손(Johann Snorri Sigurbergsson)은 최근 마이닝 열기가 식어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 계산 능력을 활용한다면 어업, 관광, 알루미늄 정련이 주력이었던 아이슬란드에 거대한 데이터 센터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아이슬란드의 서버관리회사 어드버니아(Advania)에서 최고융합책임자(CCO)를 맡고있는 기슬리 케이알(Gísli KR)에 따르면, 어드버니아는 이미 스탠퍼드대와 휴렛팩커드 등과 함께 머신러닝을 적용한 '가상 심장(Vertual Heart)'이 실험적 치료에 대해 어떤 반응을 하는지 시뮬레이션 작업에 착수했다.
지능기계 아이슬란드 연구소(Icelandic Institute for Intelligence Machines)의 크리스틴 토릿슨(Kristinn R. Thórisson) 소장은 "현재는 아직 계산 능력보다 데이터 양을 요구하고 있지만, 인공지능(AI)은 향후 더 높은 계산 능력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비트코인 마이너들이 사용해온 데이터 센터가 미래 산업 혁명의 중심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