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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동차 브랜드 '언어의 장벽'에 빠지다... 북미와 유럽 시장 수출되면 현지반응 고개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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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동차 브랜드 '언어의 장벽'에 빠지다... 북미와 유럽 시장 수출되면 현지반응 고개 '갸우뚱'

미쓰비시 대형 SUV '파제로' 기사에서 언급도 못할 외설적 표현

미쓰비시 대형 SUV '파제로'는 외설적인 표현 때문에 유럽 출시 때 '쇼군'으로 이름을 바꿔 출시했다. 자료=미쓰비시이미지 확대보기
미쓰비시 대형 SUV '파제로'는 외설적인 표현 때문에 유럽 출시 때 '쇼군'으로 이름을 바꿔 출시했다. 자료=미쓰비시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일본 자동차 대부분의 이름은 멋지고 세련되어 듣기가 좋다. 그러나 일단 북미와 유럽 시장에 수출되면 현지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렉서스(Lexus)'는 고급스러운 울림이 있고, '시빅(Civic)'은 대중에 대한 이미지가 명확하고 친근한 것 외에도 앞뒤 어디에서 읽어도 'Civic'이 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많은 일본 자동차의 이름 이면에는, 현지 사람들도 무심코 고개를 갸우뚱할 것 같은 이상한 이름도 많다. 해외 유명 언론과 매거진, 자동차 전문 잡지사에서 밝힌 일본 유명 자동차 기업의 '신차 이름'에 대한 상상을 초월한 '네이밍 법'을 소개한다.

■ 서구권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차 이름


새끼를 가로채는 들개 종을 의미하는 미쓰비시의 '딩고(Dingo)'는 일본어에서는 운치 있는 멋을 의미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도망'을 뜻한다. 닛산 '푸가(Fuga)'는 영어권 사용자에게 썩은 버섯 같은 이미지를 안겨준다.

이스즈의 '빅혼(Bighorn)'은 멸종 위기의 양을 의미하는데, 이름 그대로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미쓰비시 '레그넘(Legnum)' 역시 다리 저림을 뜻하는 'numb leg'를 연상시켜 인상이 썩 좋지 않은 표현이다.

영국 매체 더 선(The Sun)은 나쁜 이미지까지는 가지 않지만 미쓰비시 미니카 레티스(Lettuce, 한국 양상추)에서 평범하고 지루한 야채의 이미지가 풍긴다는 견해를 남겼다. 이미지 전략의 일환으로 동양적인 명칭이지만, 유럽과 영어권에서 느끼는 인상은 정반대의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차답지 않은 차 이름


의미는 통하지만 자동차의 이름으로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이름도 있다. 혼다의 '댓츠(That's)'가 대표적인 예다. 더 선(The Sun)은 미완성 문장과 같다고 표현했다. 그 밖에도 이스즈의 '뮤(Mu; Mysterious Utility Wizard)'는 무엇이 신비한 것인지 불분명하며, 마쓰다의 '스크럼 왜건(Scrum Wagon)'은 럭비를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특히 혼다 '라이프 덩크(Life Dunk)'는 농구의 덩크 슛을 의도하고 있지만, 좋은 이름은 아니라는 후문이다. 'Dunk'에는 "(장난으로 사람을 물속에) 밀어 넣다"는 뜻이 담겨 자동차 사고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영국 자동차 매거진 오토카(Autocar)는 닛산 '글로리아(Gloria)'가 동명의 텔레비전 MC를 상기시키며, 마쓰다 '봉고 프렌디(Bongo Friendee)'가 악기의 봉고를 연상 시킨다고 지적한다.

또한 미국 중고차 정보 사이트 '오토 트레이더'의 기사에서는 다이하츠의 '어플로즈(Applause)'에 대해 '박수와 칭찬'을 의미하는 어프로즈는 긍정적이고 좋은 단어이긴 하지만, "자동차의 이름으로서는 무의미한 네이밍이라는 평가가 따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네이밍이 엄격한 영국과 유럽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었던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천박하고 교양 없는 차 이름도


언어의 장벽이라는 함정에 빠져서 의도하지 않게 저속한 의미를 가진 후 버려진 이름도 있다. 다이하쓰의 경차 '네이키드(Naked)'는 일본 시장에서 '전라(全裸, 알몸, 발가숭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네이키드로 바꿔 출시했다.

앞서 말한 이스즈의 빅혼도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천박한 단어로 인식되며, 특히 스페인어로는 "무심코 눈살을 찌푸린다"는 의미가 있어 자동차의 이름으로는 맞지 않는다는 견해가 대두됐다.

마쓰다의 '라퓨타(Laputa)' 또한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소개된 이후 "공상에 잠긴 인간들이 사는", "공중에 떠 있는" 등의 의미로 쓰이지만, 스페인어로는 '매춘부(La puta)'를 의미한다. 심지어 미쓰비시 '파제로(Pajero)'에 이르러서는 기사에 담을 수도 없는 정도의 외설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결국 파제로는 유럽에서 '쇼군(Shogun)'으로 이름을 바꿔 출시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