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유럽에서 칩셋에 대해 상표명을 출원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개발을 중단한 LG전자가 AP시장에 재도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유럽연합 지적재산사무소(European Union Intellectual Property Office)에 ‘LG KROMAX 프로세서’와 ‘LG EPIK 프로세서’라는 멀티프로세서 상표명을 출원했다.
이 칩셋들은 인텔의 10nm(나노 미터) 공정을 거칠 예정이며 내년 하반기부터 LG전자 기기에 탑재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 지난해 8월 LG와 인텔은 ‘인텔 커스텀 파운더리’의 10nm 설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세계 정상급 모바일 플랫폼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LG전자는 지난 2014년 10월 독자 AP ‘뉴클런(NUCLUN)’을 출시해 자사 스마트폰 ‘G3 스크린’에 탑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엑시노스, 퀄컴 스냅드래곤 등 경쟁사와 비교해 뒤떨어지는 성능과 함께 미세공정에서도 차별화 하지 못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전략 스마트폰 탑재에 실패했다. 이후 LG는 인텔과 ‘뉴클런2’ 프로세서를 개발했지만 실제 출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업계는 LG전자의 자체 칩셋 개발 재추진 배경을 제품 차별화와 퀄컴 의존도 줄이기에서 찾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3월에 출시한 G6에 이어 지난 9월 V30까지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AP로 채용하고 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가 현존 최강급의 AP로 꼽히고 있기 때문. 하지만 모바일, IoT(사물인터넷)의 두뇌로 불리는 AP를 퀄컴에 의존하면서 LG전자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삼성, 애플, 화웨이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각각 ‘엑시노스’ ‘A’ ‘기린’ 등 자체 개발 AP를 개발하며 퀄컴과 거리를 두고 있다.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며 자체 개발 프로세서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전략이다.
향후 LG전자의 독자 AP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스마트TV, 홈 IoT 기기 등 다양한 LG전자 제품군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올해 초 AP개발 관련 인력을 전장부품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로 재배치했다. 스마트폰 AP 기술 외에도 자동차, 로봇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포괄적 모바일 AP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