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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터넷 국내만 연결 ‘인트라넷’ 전락... 대학까지 해외정보 입수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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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터넷 국내만 연결 ‘인트라넷’ 전락... 대학까지 해외정보 입수 제한

6월부터 검열 합법화 '인터넷 안전법' 시행... 올해 1월부터 가상사설망 단속 개시

2017년 1월부터 중국 정부는 14개월에 걸친 대대적인 캠페인을 실시하며 VPN 규제에 착수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2017년 1월부터 중국 정부는 14개월에 걸친 대대적인 캠페인을 실시하며 VPN 규제에 착수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중국은 6월 인터넷 검열을 합법화하는 '인터넷 안전법'을 시행하면서 가상사설망(VPN) 단속을 한층 강화시켰다.

인터넷 안전법은 인터넷 관리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동시에 당국이 자의적으로 인터넷 정보를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도 인터넷을 규제해 왔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행위를 당당히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 당국의 인터넷 규제가 강화될수록 해외 인터넷 연결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뿐 VPN을 이용해 해외 정보를 검색할 수 있었으나 당국이 인터넷 '쇄국정책'을 펼치면서 해외 인터넷 접속 자체가 어려워졌다.

대학까지 해외 정보 입수 제한
더 이상 중국의 인터넷은 인터넷이 아니다. 중국 국내에만 연결되는 '인트라넷'으로 전락했다.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실제 중국에서는 인터넷 감시에 50만명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빅데이터의 활용이 활발해짐에 따라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품목이나 인터넷 통신 상황에서 위험인물을 캐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민감한 검색어인 '톈안먼 사태' 등을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당국은 새로운 단어 사냥을 시작했다. 최근 중국의 새로운 민감 검색어는 '지(集·집)'이다. 이는 집회를 호소하는 단어로 위험시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당히 주의해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으면 당국으로부터 위험인물로 감시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해외 정보 입수 제한은 대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최고 학부인 베이징대학은 1919년에 일어난 반제국주의를 내세운 '5·4 운동'에서 학교 학생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 이유로 중국에서 특별히 감시하는 대학이다. 베이징대학 당국이 영어 텍스트를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도록 지도하기 시작했다. 또한 외국인 연구자를 '가능한' 한 초빙하지 않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학생들에 따르면 이 '가능한' 이라는 단어가 매우 수상하다고 말한다. "모호한 지시이며, 완전한 금지는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고 영어 텍스트를 사용하면 반드시 위험인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즉 '가능한' 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당국의 뜻에 부응하지 않는 인물을 가려내려는 것이다. 이는 공산당의 상투적 수법이다.

특히 위험한 것은 사회 과학계의 텍스트다. 당국은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 분야에서 외국어 텍스트를 사용하는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국어 텍스트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령은 공산당이 중국의 과학기술과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동시에 자만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재 중국 당국은 컴퓨터와 로봇 기술, 그리고 첨단 의료 분야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세계에서 배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 분야에서 컴퓨터도 제외되기 시작했다. 이미 자타가 공인한 세계 최고의 수퍼컴퓨터를 두 대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 현상에 불만 느끼기 시작

그렇다면, 왜 중국 공산당은 이렇게까지 국민을 해외 정보에서 멀리 두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회 전반에 위험한 사상이 침투할 수 있다는 공산당과 시진핑 정권의 조바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경제는 어느 새 감속 경향이 뚜렷해졌다. 올해는 6%대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곧 공공 투자와 정부의 뜻을 받드는 주택 투자에 따른 것이다. 즉 지속 가능성에 이미 적신호가 켜졌으며 향후 더욱 둔화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 공산당의 정통성은 사실 경제 성장으로 담보되어 왔다. 많은 인민들이 그토록 공산당을 지지해온 것은 정치적 자유는 없을지라도 경제가 힘차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제 성장이 크게 약화되는 것이 밝혀져 공산당은 통치의 정통성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도 서민의 월급은 오르고 있지만 그 성장에 과거 같은 급등 기세는 사라졌다. 어쩌면 머지 않은 미래에 월급이 정체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현재 경기 침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대상은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 계층이다. 지난 30년간 중국은 대량으로 대학을 설립해왔으며, 그 결과 현재 젊은이의 약 절반 정도가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되었다. 대도시에서는 거의 모든 젊은이들이 대학에 진학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을 나와도 엘리트로서 직업에 종사하기는 힘들다. 현재 중국의 취업 사정은 버블 붕괴 후의 선진국과 비슷해 꽤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을 나와도 초임이 5000위안(약 85만원) 정도의 직장을 찾아내면 좋은 편이다. 물론 블루컬러의 구인은 많다. 하지만 학력 신앙이 심한 중국에서는 대졸이 블루컬러로 일하는 것은 기피하는 현상이 강하다. 취업의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젊은이들에게 폐색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점점 불완전한 현실을 느끼고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상황에서 인터넷이나 대학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위험한 사상이 침투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탄생한 것이 바로 '인터넷 안전법'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이 같은 해외 정보 차단은 우민정책일 뿐이며 오히려 어리석은 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터넷 '쇄국정책'을 계속 펼칠수록 사회와 경제의 침체를 초래할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