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저명한 민간 싱크탱크인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은 지난 10월 27일(현지시간) ‘2014년 세계 성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in 2014)를 발표하고 세계 142개국의 ‘성 격차 지수’(GGI‧Gender Gap Index) 순위에서 한국은 117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 지수는 성 격차를 경제력·정치영향력·교육·보건 등 4개 분야에서 14개 지표의 불평등 상황을 계량화하여 여성의 지위를 보여주는 것으로 2006년부터 집계해 발표를 시작했다.
작년에 비해 미국은 23위에서 20위로, 영국은 18위에서 26위로, 브라질은 71위로 제자리걸음을 했고, 중국은 69위에서 87위로, 일본은 105위에서 한 계단 오른 104위에 올랐다.
문제는 한국이다. 지금까지 여성의 임금 격차 등으로 표시되는 경제참여도와 여성 각료·국회의원 구성비 등이 반영되는 정치력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2007년 97위에서 2008년 108위로 뒷걸음질 친 뒤, 100위 아래로 다시 내려간 적이 없었다.
2009년 115위, 2010년 104위, 2011년 107위, 2012년 108위, 2013년 111위, 금년은 여섯 계단이나 더 떨어진 117위로, 세계 최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보다 경제력이 약한 필리핀(9위), 르완다(7위)보다도 한참 뒤진다.
한국 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여성의 사회 진출 자체가 쉽지 않은 나이지리아(118위), 터키(125위), 이집트(129위) 등 대부분 아프리카와 중동의 이슬람 문화권 국가들이었다. 북한은 자료가 충분치 않아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중·일 등 동북아 3국이 전반적으로 저조하지만 그나마, 중국이 선방하고 있는 양상이다. 왜 그럴까?
먼저 우리는 14개 지표 중, 식자율과 건강 기대수명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부동의 1위를 지켰을 뿐 나머지 10여개 지표는 대개 90위~120위 사이에 있다. 남녀 임금격차는 125위였다. 4개 분야 별 순위도 마찬가지로 90~120위 사이에 있다
일본 여성도 중등교육 수준 등이 세계 1위로 평가를 받았지만, 여성의 노동참여율이 낮고 관리자 비율이 적다고 해서 경제 분야는 102위였고, 여성 의원이나 각료들이 적은 탓에 정치 분야는 129위, 그리고 교육 분야가 93위였다.
중국의 성평등 순위는 2007년 73위, 2008년 57위, 2011년 61위, 2012년은 69위, 2013년 69위로 꾸준히 중위권을 유지해왔다. 이번에 87위로 18계단이나 떨어진 것은 다소 의외다.
왜냐하면 중위권 중국은 기본적으로 마오쩌둥이 “하늘의 반쪽이 여자다”는 반볜텐(半邊天)을 주장, 여권 신장에 나서면서 여성들의 취업, 공직 진출 및 사회활동 참여에 차별이 많이 없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