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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러다 경제성장까지 멈추겠다"…獨, ‘외국 고급인력' 유치에 두 팔 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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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러다 경제성장까지 멈추겠다"…獨, ‘외국 고급인력' 유치에 두 팔 벌려

獨 연방의회 ‘외국 고급인력 채용 장벽 낮추는’ 이민법 개정안 처리

독일 수도 베를린에 있는 연방의회에서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수도 베를린에 있는 연방의회에서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유로존 최대 경제강국인 독일의 경제계가 골머리를 앓아온 최대 민원이 해결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고급인력의 부족으로 커다란 어려움을 겪어왔던 독일이 국내는 물론 유로존 내에서 딱히 탈출구를 찾지 못한 끝에 결국 외국 고급인력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24일(이하 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관련업계로부터 대책 마련에 나서줄 것을 요청받아온 독일 연방의회는 독일 기업들이 유럽연합(EU) 이외의 외국에서 전문인력을 종전보다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이민법 개정안을 격론 끝에 전날 통과시켰다.

◇관련 법안, 논란 끝에 가결

지난 23일의 표결에서 격론이 일어난 이유는 독일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사민당(SPD)·녹색당·자유민주당(FDP)이 외국인에 대한 취업 문호를 넓히는 방향으로 마련한 이 개정안에 대해 보수 정당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DP)과 녹색당은 물론 자유주의 정당인 FDP가 합의한 이 개정안에 대해 중도우파 정당인 기독교민주연합(CDU), 기독교사회연합(CSU)에다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반대 입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반대 입장을 밝힌 독일 야당들은 개정안의 취지와는 다르게 전문성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까지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결국 투표에 붙인 결과 찬성 388표, 반대 234표로 연립여당이 밀어붙인 개정안이 최종 가결됐다.

◇개정된 이민법 어떤 내용인가


이번 개정으로 새로 만들어진 독일 이민법의 가장 큰 특징은 독일 이민을 염두에 두고 있는 외국인이 독일의 취업비자를 신청할 때 적용하는 요건을 전문자격, 연령, 독일어 구사 능력 등에서 대폭 완화한 내용이다.

항목별로 점수화해 커트라인을 통과하면 취업비자를 내주는 방식이 이번 개정안을 통해 처음으로 도입됐는데, 이점 때문에 캐나다식 취업 및 투자이민 제도를 벤치마킹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전문성을 갖춘 외국인의 독일 취업이민을 장려하기 위해 공인된 전문자격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능력을 상당 수준 갖췄다면 취업이민을 종전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독일 의회가 통과시킨 이민법 개정안의 또다른 특징은 외국 대학교를 졸업한 경우에도 월 평균 수입이 종래보다 크게 낮은 3500유로(약 500만원)만 되면 블루카드를 신청할 수 있도록 자격을 완화했다는 점이다.

블루카드란 EU 회원국 간에 다른 나라의 고급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EU 회원국가서 고숙련, 고연봉 외국인 근로자가 일을 하기 위해 신청할 수 있는 허가증이다. 비EU권 출신의 의사, 엔지니어, IT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한다.

◇독일이 고급인력 유치에 팔 걷은 이유


독일이 외국의 고급인력 유치에 이처럼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독일연방상공회의소(DIHK)가 독일 정부에 보낸 호소문에서 잘 드러난다.

DIHK는 올초 발표한 이 호소문에서 “독일 기업의 절반 이상이 고급인력이 모자라 정상적인 활동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외국 고급인력의 유치를 위해 관련법을 고쳐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DIHK는 2만2000곳의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53%가 고급인력이 부족해 조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로존 경제전문 매체 유랙티브에 따르면 이 문제는 의회 표결에 앞서 숄츠 총리가 발표한 호소문에서 심각성이 드러난다.

숄츠 총리는 개정안의 처리를 요청하면서 “특히 대기업은 물론 심각한 수준의 고급인력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독일 중소 기업들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 개정안의 통과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유랙티브는 “이 말은 고급인력의 부족 사태로 독일 경제가 더 이상 성장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위기에 봉착했다는 뜻”이라면서 “취업이민의 문호를 대폭 개방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단순히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활동을 하는데 지장이 생긴 문제가 아니라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향후 경제성장이 고급인력 부족 문제로 심각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